Skip Navigation
Skip to contents

eTSNE


ANZINE : CAE 기술 매거진

ANZINE Home Column

인실리코(In-silico) 시뮬레이션 기반 디지털 의료기기 혁신 전략

Introduction

인류의 수명 연장과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은 전례 없는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환자 개개인의 고유한 생리적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정밀 의료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동시에, 지속 불가능할 정도로 급증하는 의료비 부담과 규제 기관의 엄격한 안전성 입증 요구는 의료기기 산업에 새로운 혁신을 강제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환자들이 삶의 질을 높이거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새롭고 혁신적인 의료기기의 사용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의 빠른 요구에 부응하기에는 인허가 과정에서 규제 기관이 요구하는 의료기기 사용 안전성의 충분한 검증을 수행하기에는 임상 환자군 확보 및 소요 기간 등에 현실적으로 거대한 장벽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과거 항공우주, 자동차 등 첨단 제조 산업에서 제품 설계 및 검증의 핵심으로 자리잡아온 ‘컴퓨터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CM&S) 기술이 헬스케어 산업의 새로운 돌파구로 급부상하고 있다. 수학적 모델과 컴퓨터 연산을 기반으로 인체 내 복잡한 물리적 현상을 구현하여, 가상 환경에서 의료기기의 성능을 평가하고 사전 수술 계획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인실리코(In-silico)’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인실리코 기술은 단순한 연구 보조 수단을 넘어, 기존의 물리적 시험(체외 및 생체 내 시험)이 가진 한계를 보완하고 환자의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하며 혁신 제품의 시장 진입을 가속화하는 헬스케어 산업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림 1] 의료 산업의 혁신 속도를 가속화하는 인실리코 접근[1]

■ '디자인-빌드-테스트' 패러다임의 한계와 인실리코의 부상 

새로운 의료기기가 시장에 출시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시제품 제작을 시작으로 실험실 기반의 체외 평가(In vitro),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생체 내 시험(In vivo), 그리고 대규모 인체 임상시험에 이르는 단계적·통합적 검증 절차를 체계적으로 완료해야 한다. 하지만 이 전통적인 방식은 막대한 재료비와 인건비가 투입되며 통상적으로 수년의 긴 개발 기간이 소요된다. 더욱이 제한된 수의 환자군을 대상으로 진행되므로 환자별 해부학적 특성과 생리적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하여 기기의 안전성을 검증하기에는 태생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환자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디지털 엔지니어링 기반의 인실리코(In-silico) 방법이다. 환자의 실제 의료 영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밀한 '가상 환자 모델(Virtual Patient Model)'을 구축하면, 환자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고서도 다양한 사용 환경 및 생리적 조건에서 수많은 가상 평가를 반복 수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실제 임상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위험 조건(Worst-case scenario)에서도 의료기기의 실패 리스크를 사전에 발견하고 수술 정확도를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
 

[그림 2] 장치 성능 지표 반영에 대한 모델의 표현 정확도[2]

■ 규제 패러다임의 변화: '가상 증거(Digital Evidence)'의 표준화 노력

인실리코 기술은 이제 단순한 연구개발의 보조 도구를 넘어, 규제 기관의 인허가 승인을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미국 FDA는 2023년 가이던스[3]를 통해 컴퓨터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 결과를 의료기기 인허가 제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신뢰성 평가 프레임워크를 발표했다.

[그림 3] ASME V&V40 : 위험도 기반 신뢰성 평가 프레임워크 다이어그램[4]

특히 FDA 가이던스의 기반이 된 미국기계공학회(ASME) ASME V&V 40  표준은 시뮬레이션 모델이 의료기기의 잠재적 위험도에 비례하여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핵심 지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는 개별 기기 모델부터 환자와 기기가 결합된 통합 모델에 이르기까지, 가상 시험 결과가 단순히 그럴듯한 예측이 아니라 규제적 의사결정에 사용될 수 있는 강력한 '디지털 증거'임을 입증하도록 요구한다. 유럽은 Avicenna Alliance를 중심으로 인실리코 의학의 발전과 도입을 추진하며, 규제 승인 및 임상 적용의 표준화와 개인 맞춤형 디지털 트윈 구현을 목표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진정한 디지털 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을 가로막는 '운영상의 장벽'과 해결책

글로벌 규제 동향과 기술적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제 산업 현장에 내재화하는 데에는 거대한 장벽이 존재한다. 의료 영상(DICOM)에서 3D 모델을 추출하고, 복잡한 물성을 매핑하여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FEA, CFD 등)을 수행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고도의 엔지니어링 전문성을 요구한다. 기존 설계 엔지니어나 임상 의사들이 기존 방식처럼 파편화된 소프트웨어들을 수작업으로 연결해 사용할 경우, 결과값의 품질 편차를 유발하며 데이터의 이력 추적(Traceability)을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운영상의 한계를 극복하고 헬스케어 산업의 진정한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개별 툴의 도입을 넘어선 '통합 워크플로 기반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이 필수적이다. 완성도 높은 통합 플랫폼은 다음의 세 가지 핵심 기술 융합을 통해 실현된다.


[그림 4] 디지털 트윈 통합 플랫폼 워크플로

1. AI 기반 환자 맞춤형 디지털 모델 자동 생성

의료 영상에서 가상 모델 구축의 첫 단계인 CT나 MRI 등 의료 영상(DICOM) 처리 과정은 3D Slicer와 같은 오픈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커스터마이징하거나 Simpleware Medical과 같이 FDA 510(k) 승인 및 CE 마크를 획득한 전문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동화될 수 있다. 이 소프트웨어는 인공지능(AI/ML)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CT나 MRI 영상에서 뼈와 주변 조직을 자동으로 분할(Auto-segmentation)하고 해부학적 랜드마크를 추출한다. 과거 수동으로 진행 시 환자당 30분 이상 소요되던 작업이 이 기술을 통해 단 5분 이내로 단축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의료 영상의 방사선 밀도 단위(HU, Hounsfield Unit)를 기반으로 환자 고유의 골밀도와 비균질(Heterogeneous) 물성을 시뮬레이션 격자(Mesh)에 직접 매핑하여 Ansys 다중 물리 솔버가 즉시 해석할 수 있는 고품질의 3D 시뮬레이션 모델을 생성한다. Python과 C#을 이용한 스크립팅 API를 통해 전체 과정의 자동화가 가능하여, 대규모 가상 코호트(Virtual Cohort) 구축에 필수적인 처리 속도와 일관성을 보장한다.

[그림 5] AI 기반 디지털 환자 모델 자동 생성 프로세스

2. 다중 물리 시뮬레이션 및 데이터·물리 융합 기반 예측 모델

심혈관 내 혈류 분석, 임플란트의 구조적 피로, 이식형 전자 의료기기의 발열 등 의료기기와 인체의 복잡한 상호 작용을 Ansys의 검증된 다중 물리 엔진으로 정밀하게 해석한다. 고체 역학을 통한 뼈와 임플란트 간의 응력 및 피로 수명 예측, 유체 역학을 통한 혈관 내 스텐트 주변의 혈류로 인한 전단 응력 분석, 전자기역학을 통한 RF 환경에서의 전자기파 간섭 및 MR 안전성 분석까지 각기 다른 물리적 제약을 단일 환경에서 정밀하게 분석한다.

특히 이 플랫폼의 가치는 생체역학 및 생리학적 인과 관계(Cause and effect)를 규명하는 '물리 기반 예측 모델(Mechanistic Model)'과, 인공지능(AI/ML)을 활용해 기존 데이터 내의 패턴과 상관관계(Correlation)를 분석하는 '데이터 기반 예측 모델(Data-driven Model)'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디지털 트윈(Hybrid Digital Twin)' 아키텍처에 있다.

순수 데이터 기반의 AI 모델은 임상 데이터가 희소하거나 인체 실험으로 획득하기 어려운 극한 조건(Worst-case)에서는 예측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물리 법칙을 따르는 시뮬레이션이 제품 제작 전단계에서 신뢰할 수 있는 대규모 합성 데이터(Synthetic data)를 생성하고, 이를 AI 알고리즘의 학습 데이터로 공급하여 예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물리 법칙을 따르는 메커니즘 모델은 극한의 조건(Worst-case)에서도 신뢰성을 유지하며, 여기에 AI의 속도가 더해져 기존 수 시간에서 수 일이 걸리던 고정밀 시뮬레이션을 수 초(s)에서 수 밀리초(ms) 단위의 실시간 속도로 구동할 수 있게 되면 이를 통해 의료기기 사용 조건(예: 임플란트의 크기와 삽입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적용하고 인체 내 생체역학적 응답을 즉각적으로 확인하여 환자의 위험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의료기기 혹은 최적의 수술 계획을 빠르게 결정할 수 있다.


3. 디지털 기반 인허가 리포트 자동화

시뮬레이션 프로세스 및 데이터 관리 아키텍처를 도입하여 데이터 생성부터 분석 결과까지 전 과정의 이력 추적성을 투명하게 보장할 수 있다. 규제 기관이 요구하는 기술 문서 및 가상 성능 검증 보고서를 시스템이 자동으로 생성하여 심사 대응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함으로써 의료기기 제조사의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그림 6] 차세대 임플란트 개발을 위한디지털 트윈의 개념적 프레임워크

■ 가상 환자 데이터 확보와 철저한 신뢰성 검증 전략  

플랫폼의 핵심인 '가상 모델'이 규제 기관에서 임상 시험을 보완하는 확실한 '증거'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임상 데이터의 확보와 모델 신뢰성 검증이 최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가상 모델 구축 시,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의 승인을 거쳐 철저하게 익명화된 환자의 의료 영상과 임상 진료 데이터를 표준화된 포맷(DICOM, HL7 FHIR, STL 등)으로 수집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성한다. 이렇게 구축된 가상 모델은 ASME V&V 40의 위험 기반(Risk-informed) 프레임워크와 FDA 등 규제기관의 가이던스를 기반으로 다음과 같은 다층적인 검증(Verification & Validation) 과정을 거치게 된다.

  • 개별 환자 및 기기 모델 수준 검증: 소프트웨어 코드의 수치적 오류를 확인하는 검증(Verification)부터 수행한다. 이어서 통제된 실험실 환경의 벤치 테스트(Bench Test) 결과, 기존에 확보된 동물시험 혹은 카데바(사체) 유래 데이터를 활용하여 인체와 의료기기가 결합된 커플링 모델(Coupled device-patient model)의 정확성을 입증한다. 예를 들어 치과 및 정형외과 임플란트의 경우 ISO 14801, ISO 7206 등 국제 표준 시험 워크플로우를 가상 환경에 구현하여 의료기기 신뢰성을 확보하고 임상 사용 전 필수적인 기계적 검증 절차로 활용할 수 있다.
  • 다양한 사용 환경에서의 불확실성 정량화(UQ, Uncertainty Quantification): 실제 임상 현장에서 접할 수 있는 수많은 환자별 해부학적, 생리적 다양성을 반영한 충분한 가상 평가 케이스를 확보한다. 이를 바탕으로 예를 들어 임플란트의 재료 물성, 삽입 각도, 외부 하중 등 다양한 입력 변수 변화에 따른 민감도 분석과 불확실성 정량화를 수행하여, 최종적으로 임상적 안전율(Safety Factor)을 산출하고 모델의 타당성을 입증한다.

결론

디지털 증거(Digital Evidence)가 이끄는 의료기기 산업의 미래 패러다임

인실리코 기반 디지털트윈 통합 플랫폼 기술은 과거 물리적 시제품 제작과 동물 시험에 의존하던 전통적 한계를 극복하고, 환자 맞춤형 정밀 의료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임상시험의 윤리적 문제(3Rs)를 해소하고 가상 환경에서의 선제적 검증을 통해 환자의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매우 크다. 그러나 이러한 인실리코 기술이 헬스케어 산업 현장에 단단히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단순히 새로운 소프트웨어 툴을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선 조직 전반의 근본적인 '디지털 전환'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의료기기 산업계는 다음의 두 가지 기술적 통합에 주목해야 한다.

  • 첫째, 물리 기반(Mechanistic) 예측 모델과 데이터 기반(Data-driven) AI 모델의 융합이다. 데이터가 희소하거나 인체 실험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극한의 임상 조건에서도 인과관계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다중 물리 시뮬레이션을 바탕으로 신뢰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계적 패턴을 찾는 AI 알고리즘과 결합해 실시간 예측을 구현하는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로의 진화가 필수적이다.
  • 둘째, 파편화된 워크플로의 통합과 철저한 검증(V&V) 프레임워크의 내재화이다. 시뮬레이션 결과가 규제 기관에서 승인받을 수 있는 확고한 디지털 증거로 기능하려면, 데이터 생성부터 최종 리포트까지 전 과정을 관통하는 디지털 스레드(Digital Thread)가 구축되어야 한다. 더불어 ASME V&V 40 등 글로벌 가이던스를 적극 수용하여 모델의 불확실성 정량화를 포함한 객관적 신뢰성 평가 체계를 내부 프로세스에 정착시켜야 한다.

결론적으로, 인실리코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개발 기간 단축에 머물지 않는다. 고도화된 하이브리드 예측 모델과 신뢰할 수 있는 검증 생태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하여 환자의 안전을 극대화하는 것, 그것이 곧 미래 맞춤형 헬스케어 패러다임을 주도하기 위해 의료기기 산업계가 나아가야 할 가장 확실한 방향일 것이다.

■ 참고문헌

  • [1] T. Marchal, “In Vivo, In Vitro, In Silico!”, Ansys Advantage, vol.9, no.1, pp.6-10, 2015.
  • [2] T.M. Morrison, et al., “The Role of Computational Modeling and Simulation in the Total Product Life Cycle of Peripheral Vascular Devices”, Journal of Medical Devices, vol.11, no.2, 2017.
  • [3]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 "Assessing Credibility of Computational Modeling and Simulation in Medical Device Submissions: Guidance for Industry and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Staff," Nov. 17, 2023.
  • [4] American Society of Mechanical Engineers (ASME), "Assessing Credibility of Computational Modeling Through Verification and Validation: Application to Medical Devices," ASME V&V 40-2018, Nov. 2018
좋아요이 원고가 마음에 든다면 하트를 꾸욱!